[펌]낡은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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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후
차량왕래가 많은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중 갑자기
뒤에서 "쿵".....
내 차가 움찔하며 앞으로 밀렸지만 다행히도 앞 차와 부딪치는
2차 사고는 나지않았다.
뒷 목을 움켜잡고 놀라서 내려보니 뒷범버가 움푹 들어가버렸다.
뒤돌아보니 사고를 낸 차는 낡은소나타...
이곳 저곳 도색은 벗겨지고 녹이 슨 곳도 여러군데...
년식이 10몇년은 족히 될법한 자동차보험은 가입했을까 조차도 걱정되는
낡은소나타였다.
그런데 나를 더 당황스럽게 하는 건 힘겹게 운전석에서 내리는
마흔 초반에 남자였다.
인생의 무거운 짐이 가득한 초췌한 표정에 남루한 행색을 한
이 남자는 "죄송합니다" 한마디를 하고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더는 말을 잇지못한다.
"사고처리" "병원진단" 이란 말들이 입가에는 맴돌았지만
난감한 상황에 차마 말을 못하고 있는데...
그때 눈이 마주친 조수석에 앉아 토끼눈으로 바라보고있는
8-9살은 되보이는 어린소녀....
어린소녀는 자기 아빠가 난처한 상황인 것을 눈치로 알고있다는 듯이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고있었다.
순간 가슴 한 구석이 짠해지면서 먹먹해지는 이 감정은 멀까...?
나도 딸이 하나있는데... 괜스레 죄지은 것 같은 미안한 마음에
차마 어린소녀를 똑바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
서비스센터에 연락을 해 교체가격을 물어보고 새범버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하고는 호기부리듯
"아저씨 저 범버는 제가 갈께요 그냥가세요..."
나도 모르게 말이 툭 나와버렸다.
놀란 표정으로 죄송하다며 연락처라도 달라는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고는...
그렇게 낡은소나타 부녀를 떠나보냈다.
저녁에 마눌에게 뒷 목에 파스를 붙여달라면서 얘기를 하니
웃으며 "사람은 괜찮은데...?"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진다.
오늘 오전에 범버는 교체했지만 조수석에서 바라보던 토끼눈을
했던 그 어린소녀를 생각하면 웬지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낡은 소나타 아저씨...
그동안 안 좋은 일들이 있었다면 몇일 남지 않은
올해 다 훌 훌 털어버리고
내년에는 꼭 대박나서 가족 모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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