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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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먹어본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하나 들라고 하면 ‘자장면’을 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별한 기회에 먹어 본 ‘자장면’ 맛은 놀라움과 환희 그 자체였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옛날 자장’을 찾아 추억을 되새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시절에는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으로 불렸다. ‘짜장면’은 어린아이들의 대표적인 ‘외식’ 대상이었다. 무엇인가 색다른 것이 먹고 싶으면 ‘짜장면’ 사달라고 얼마나 졸라댔던가. 그러나 가난했던 시절에 ‘짜장면’은 아무 때나 얻어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아니었다. 생일이나 졸업 때와 같은 특별한 날에나 겨우 얻어먹을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이야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실정이라 ‘짜장면’의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짜장면’은 중국 음식이니 ‘짜장면’이라는 이름 또한 중국어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짜장면’의 ‘짜장’은 중국어 ‘炸醬[작장, Zhajiang]’에서 온 말임에 틀림이 없으므로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중국에서는 그들의 된장을 ‘炸醬[작장, Zhajiang]’이라 하는데, 이를 이용한 음식이 ‘炸醬[작장, Zhajiang]’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면’은 한자 ‘麵(면)’이다. 중국어로는 ‘멘’이지만 한국식 한자음으로는 ‘면’이다. 이렇게 보면 ‘자장면’은 ‘중국어’와 ‘한자어’가 결합된 독특한 구조의 단어가 된다. 최근 ‘짜장면’은 ‘자장면’에 표준어로서의 자격을 내 주었다. 외래어는 원지음(原地音)의 발음을 존중해서 표기한다는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짜장면’이 ‘자장면’으로 대체되면서 ‘짜장면’에 대한 명성은 추억 속에나 남아 있는 느낌이다.
‘자장면’을 파는 음식점을 ‘중국집’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중국집’이라는 말 외에 ‘짱깨집’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짱깨집’에는 좀 비하(卑下)하는 의미가 담겨 있어 그렇게 호감이 가는 말은 아니다. ‘짱깨집’은 ‘짱깨’와 ‘집’이 결합된 단어임에 틀림이 없다. 어떤 큰 사전을 보면 ‘짱깨’를 ‘자장면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짱개집’은 ‘자장면을 파는 집’이라는 뜻이 된다. 중국집에서 파는 대표적인 음식이 ‘자장면’이므로 중국집을 ‘자장면을 파는 집’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짱깨’가 ‘자장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단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짱깨’는 중국어 ‘掌櫃(장궤)’에서 온 말이기 때문이다. 중국어 ‘掌櫃(장궤)’는 ‘짱궤이’인데 이것이 변하여 ‘짱깨’가 된 것이다. 그러면 ‘掌櫃(장궤)’는 어떤 의미인가? 한자 뜻 그대로 ‘돈궤를 장악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주인장’과 같다. 그렇다면 ‘짱깨집’은 ‘자장면을 파는 집’도 아니고 ‘중국 음식을 파는 집’도 아닌 ‘주인장 집’이라는 조금은 모호한 의미가 된다. ‘주인장 집’과 ‘자장면을 파는 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렇듯 ‘짱깨집’이라는 엉뚱한 단어가 생겨난 것은 ‘주인장’을 뜻하는 ‘짱깨’를 음식 이름 ‘자장면’으로 잘못 받아들인 결과이다. ‘짱깨’를 ‘자장면’의 뜻으로 잘못 이해한 뒤 이 단어에 ‘집’을 붙여 ‘짱깨집’이라 한 것이다. 아마도 ‘짱깨집’은 비교적 최근에 조어(造語)된 단어로 추정된다. ‘掌櫃(장궤)’는 중국어로서뿐만 아니라 한자어로서도 국어에 들어와 있다. 한국식 한자음으로 읽어 ‘장궤’라 한다. 사전에서는 ‘장궤’에 ① ‘부자’라는 뜻으로, 중국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② 돈 많은 사람, ③ 가게의 주인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달고 있다. 이 가운데 ③ 이 그 원래의 의미에 가깝다. 장사를 하는 가게의 주인은 돈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장궤’에 ‘부자’라는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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