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혼탕 문화가 궁금하다면? 가고시마의 류진 노천탕으로! > 자유게시판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의 명물, 류진 노천탕

 

 

사쿠라지마에서 반드시 체험해보시라고 추천하고픈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소개했던, 사쿠라지마를 가고시마의 상징으로 만든 '미나미다케'고

다른 하나는 지금부터 보여드리려고 하는 '류진 노천탕(龍神露天風呂)'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 둘은 좁게는 사쿠라지마, 넓게는 가고시마의 명물입니다.

 

  

 

 

  

류진 노천탕으로 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페리 선착장에서 류진 노천탕이 있는

후루사토 호텔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습니다.

 

정류장은 위 사진에서 붉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

즉 선착장을 내려와서 곧장 오른쪽에 보이는 곳을 각 버스가 공동으로 이용합니다.

류진 노천탕까지는 약 15분이 소요되며 운행시각은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류진 노천탕을 보유한 후루사토(ふるさと) 관광 호텔입니다.

숙박객은 노천탕 이용이 무료니 겸하시려는 분들은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www.furukan.co.jp

 

 

 

중요한 것 한 가지!

 

본디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입니다.

다만 오후 2시~3시는 청소시간이니 방문을 피하도록 하세요.

또한 매주 월, 목요일은 노천탕의 정기 청소일이라

오후 3시부터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매일 청소를 하고 월, 목요일에는 오전을 통째로 비우는 이유는?

바로 사쿠라지마에 있는 동안에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화산재 때문입니다.

노천탕인만큼 끊임없이 날아드는 화산재를 깨끗하게 비워야겠죠.

  

  

 

  

호텔 안으로 들어가면 노천탕 전용 데스크가 있습니다.

티켓은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노천탕 이용요금은 1,050엔이며, 필히 수건을 준비하도록 하세요!!!

전 수건을 가져가지 않아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했는데...

나중에 주의사항과 함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입욕권을 낸 후에는 직원분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세요.

탈의실 및 샤워실이 있으니 준비를 마치시고 계단을 따라가면

아래의 사진과 같은 장관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화산과 바다를 벗삼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류진 노천탕을 소개합니다.

 

 

  

 

 

  

류진 노천탕의 역사는 1,000년도 더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온천으로서의 첫 기록이 남은 것은 1755년이니

최소한 250년 이상의 전통을 간직한 곳입니다.

 

특히 기록일자가 음력 석가탄신일인 4월 8일이라

과거엔 '부처의 탕'으로 널리 사랑받았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옥외에 있는 노천탕이고 바로 옆이 바다라 쌀쌀하지는 않을까 했는데

온천수가 워낙 따뜻해서 냉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설사 조금 춥더라도 그 정도는 감수하게끔 만드는 의지가 마구 샘솟습니다.

 

  

 

  

온천임에도 불구하고 흡사 서낭단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 조금은 낯설죠?

이름 그대로 류진(龍神) 노천탕에서는 예부터 용신을 모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단과 나무에 종이를 접어 끼워놓은 새끼줄을 걸어 신성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에서도 그렇듯이

왼쪽으로 꼬은 새끼줄은 악령과 악귀를 쫓아냅니다.

 

아울러 사람의 접근 또한 금하고 있습니다.

가지가 뒤틀린 채로 치솟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나무의 수령은 족히 200년이 넘습니다.

 

  

 

  

류진 노천탕에서 1~3개월 동안 온천을 즐기고 물을 마시면

위장병, 치질, 신경통, 요통 등에 효험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진정 그런 효과가 있는 것인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플라시보 효과만큼은 절로 생길 곳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노을이 지는 하늘의 만남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 속의 근심, 걱정이 해저의 수심만큼이나 깊은 곳으로 사라집니다.

 

모름지기 몸보다는 마음의 병이 치유하기 더욱 어려운 법,

류진 노천탕이 간직한 진짜 효능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핀란드에는 사우나, 우리나라에는 찜질이 있다면,

일본에는 온천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인의 평균수명이 20년 넘도록

전 세계 1위인 데는 온천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요?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장수의 비결일 듯하다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이를테면 자연으로부터 짊어지게 되는 불안감을

자연으로 치료하는 셈인 것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때 축구 팬들 사이에 이런 우스갯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신은 호나우도에게 천부적인 재능을 줬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신체는 주지 않으셨다" 

 

이른바 '공평한 신'의 이론인데,

그러고 보면 일본 또한 신의 공평함이 비켜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근래 개봉했던 영화 <히어애프터>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삶이란 결국 모든 대상으로부터 얻어지는

불안과 고민과 갈등을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가고시마에 가신다면 류진 노천탕에 들러서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보세요.

마치 자연의 품에 안긴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 평화로운 바다를 앞에 둔 채로 간간이 화산의 폭발음을 듣고 있으려니

문득 무라카미 류의 음성이 깔리던 모 광고가 떠올랐습니다.

 

 

"불청객은 오히려 인간이었구나"

 

 

역시 명문은 아무에게서나 나올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땅을 모두 가진 류진 노천탕 역시도

인간이 자연에게 빚을 지고 얻어낸 공간이겠죠?

 

 

 

 

 

나는 언제나 해프닝과 함께 간다

  

정작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는 류진 노천탕에서 마냥 여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해프닝과 관련이 있는데, 그 복잡한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아니 글쎄, 하필 이날따라 평생 하지 않던 실수를 해서 지갑을 호텔에 두고 왔지 뭡니까. 별 수 없이 모든 돈을 동행한 절정 님으로부터 빌렸고, 노천탕도 간신히 1,500엔을 고리(?)로 융자받아서 왔습니다.

 

이걸로 괜찮을 줄 알았지만 호텔에 도착하면서 뜻하지 않았던 걸림돌을 만났습니다. 지갑을 잊었을 정도였으니 수건도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죠. 물론 빌리면 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수건을 빌리고 나면 차비가 없어서 항구까지 걸어가야 할 판국이었습니다.

 

아까 셔틀버스는 무료라고 했으면서 웬 차비냐고요? 마지막 운행시각이 오후 5시 5분이라 전 일반버스를 타고 항구로 돌아가야 했거든요. (셔틀버스 및 일반버스의 운행시각은 다시 한번 여기를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즉, 빌린 돈 1,500엔 - 노천탕 요금 1,050엔 - 사물함 이용 보증금 100엔 = 350엔이 남았습니다. 여기서 일반버스 요금인 300엔을 빼면 여윳돈은 단 50엔이니 수건은 빌릴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난처하기 짝이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아는 일본어를 총 동원하고 영어도 섞어서 직원분에게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꺼내 보이며 "하하하~"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더니 직원분도 황당한지 덩달아 웃으시더군요. 결국 제가 안쓰러우셨는지 수건을 기꺼이 무료로 빌려주셔서 살았습니다. 이걸로 끝이었다면 다행이지만 핵심은 이 다음입니다.

 

제가 노천탕에 도착해 수건의 난관을 돌파한 시각이 5시 50분경이었습니다. "이제 다 해결했으니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자"라고 생각할 찰나에, 뜻하지 않게도 버스의 운행시각이 또 한번 제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더군요.

 

직원분 왈, "다음 버스는 6시 30분과 8시에 출발합니다".

 

알고 봤더니 사쿠라지마는 도심지가 아니라 버스가 띄엄띄엄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8시 버스를 타면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시각에 맞추질 못해 저를 기다리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휴대전화가 없으니 먼저 가라고 연락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결국 전 류진 노천탕에서 채 20분도 있질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기 전부터 부족한 실력으로나마 멋진 사진을 찍어 오겠다고 굳게 다짐했는데 시간에 쫓겨서 그만... ㅠ_ㅠ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러보실 것을 권합니다만,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류진 노천탕은 전용 유카타를 입은 남녀가 한데 이용하는 혼탕입니다.

그런데 이 유카타가 얇아서 물에 젖으면 조금 곤란한 상황(?)이 필히 발생하게 됩니다.

 

저의 경험담에 근거를 두어 말씀드리자면

유카타의 옷자락이 겹쳐지는 부위인 하체는 괜찮지만 상체는 100% 비칩니다.

따라서 이것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온천측에서 주는 설명문을 보면 안에 따로 옷을 입는 것을 금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문화가 다르다 보니 우리로서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도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류진 노천탕에 갔을 때는 독일인 커플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분이 저를 보자마자 경계하는 눈치였습니다. 반대로 남자분은 반가워하며 카메라를 건네주면서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하려 하자 황당하게도 여자분이 남자분의 팔을 잡고 말렸습니다. 잠시 둘의 실랑이가 있은 후에 어쨌든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저 사람이 대체 왜 저러나 하면서 온천에 몸을 담그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상체의 특정 부위가 유카타의 얇은 옷감 위로 고스란히 보였던 것이죠. 이걸 알아채는 순간 저부터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_-;;; 서양인이 저럴진대 성에 대해 좀 더 보수적인 동양인은 말할 것도 없겠죠?

 

한 가지 의아한 것은, 독일은 원래 남녀 혼탕이 비일비재합니다. 저도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남녀 혼탕을 이용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것도 올 누드로 말입니다. 혹시 류진 노천탕에서 만난 여자분은 자국에서 남녀 혼탕을 가본 적이 없던 걸까요? 아니면 제 인상이 변태로 보인 걸까요? (쳇, 어차피 전 안경을 벗으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