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의 한국 물고기, 가물치..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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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세계에서도 싸움 짱, 싸움 지존이 있다는데
지상 최강의 한국 물고기는 무엇일까? 답은 가물치다.

가물치는 농어목 가물치과에 속하는, 토종 민물고기이다.

주로 탁한 물 밑, 수초가 무성한 곳, 진흙탕 등에서 서식한다.

관상용으로도 꽤 인기가 있으며, 평소에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편은 아니지만
살아 있는 먹이를 넣어 줄 경우, 웬만해서는 상대도 안 될 정도의 전투력을 보여준다.
민물고기의 먹이 사슬에서 보면, 가물치는 최상위 포식자에 올라가 있으며
이동 속도도 빨라 일단 노린 사냥감은 반드시 쫓아가 상처를 입혀 죽여버린다.

한국의 민물 생태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악명이 높은 배스 조차도 가물치에겐 속수무책이다.


가물치가 최상위 포식자인 이유는, 가물치에게는 다른 어류에게 없는 강력한 이빨이 있기 때문인데
첨부한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거의 민물상어에 가까운 정도의 강력한 공격무기를 갖춘 셈이다.

보통의 육식 어종들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과 비슷한 어종일 경우 싸움을 피하지만
가물치는 선천적으로 매우 난폭하고 호전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주변에 뭔가 있으면
일단 싸움부터 걸고 보는 타고난 스트리트 파이터형 물고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어종들과는 달리 배가 불러도 공격하고, 산란기에는 근처에만 가도 공격을 받는다.
이빨을 보고 짐작했겠지만, 사람이라 할지라도 물리면 그냥 따가운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한국 최강의 물고기 가물치에게 천적은 수달과 인간 정도 밖에 없으며
1대 1로 가물치를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어종은 없다고 해도 좋다.

어르신들은 다룰 때 조심해야 하는 유일한 물고기로 가물치를 꼽으신다.
살아있는 가물치를 손질하다가 자칫하면 손가락이 나갈 수도 있다.
자라를 다룰 때 손가락을 조심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말이다.

국내 생태계에서는 원래 존재했었기 때문에, 생태계의 균형 유지에 문제가 없지만
악어를 제외하면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가물치가 반입된 해외 생태계에서는
가물치가 기존 어종들의 생태계를 휘젓고 다닌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가미로만 호흡하는 다른 어류들과는 달리, 폐 호흡도 가능한 어류이기 때문에
비 내리는 날, 뭍으로 나와 팔딱거림을 반복해서 인근의 다른 호수나 강으로 이사가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거의 공포의 물고기 수준이라, 가물치가 주인공인 재난 영화도 나왔을 정도이다.

서양에서는 작은 악어 수준으로 여겨지는 가물치, 위력이 대단하다.

한국에서 배스나 블루길이 토종 민물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도 비슷한 이야기다.

이런 강 속의 조폭과도 같은 존재인 가물치는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예전부터 한국 민물고기들을 수입해 품종을 개량한 뒤, 돈을 벌던 일본인들이
처음엔 관상 목적으로 반입했었다가 방생했었다가 무섭게 번식한 뒤로
중국 큰도롱뇽, 미국 악어거북과 함께 일본 생태계의 3대 천적 중 하나로 꼽힌다.

참고로 큰도롱뇽은, 그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일본 토종과의 혼혈로 종 오염이 심각하다.

일본의 '울트라맨' 시리즈에서 거대 물고기 괴물 '무르치'로 등장한 적도 있다.
이 정도면 거의 한국의 가물치가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가물치와 비슷한 생물로는, 우리 나라에서 해외로 건너간 칡이 있다.
뿌리가 깊고 넓게 뻗기 때문에 토양 유실 방지용으로 일부 건너가서 이식되었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미국 토양에서의 생육 속도가 빠른데다 미국에서는 칡뿌리를 먹는
생물이 없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로 번식하면서 미국 동남부를 초토화 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칡뿌리의 효능에 대한 연구나, 요리법이 대중화되면서 채취가 늘어서
조금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식품으로서의 가물치는, 붓기를 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부종에 사용할 수 있다.
출산 후 부종, 각기병, 신장염에 사용하면 다리나 얼굴 등의 뚜렷한 부종을 없앨 수 있다.

출산한 뒤의 여성들이 출산 후에 산후 조리용 보양식으로 많이 찾으며,
애완용으로 기르는 경우도 가끔 있다. 몸의 무늬가 수려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몸이 허약한 여성에게 가물치 찜이나 탕을 먹게 하는 풍습이 있었으고, 지금도 그렇다.
가물치를 가모치(加母致)라고도 하는데, 글자 그대로 '산모에게 좋은 물고기' 정도로 볼 수 있다.
가물치에는 질 좋은 단백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칼슘이나 인, 지방, 비타민 A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몸이 허해진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보양식이 된다.


가물치로 요리한 보양 음식들, 생각보다 맛이 좋아 군침이 돈다.

물론, 당연하지만 가물치가 여성들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가물치는 강이나 연못, 혹은 늪 등에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물가의 나무 위까지 올라가는 남다른 기력과 테크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왕성한 정력을 갖고 싶은 중년층의 남자들이 즐겨 먹기도 하는 보양식이다.

난폭한 성질 때문에 폭군 이미지가 있고, 때문에 관련된 전설이나 설화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묵은 뱀이 가물치로 변한다는 전설이 있으며
중국에서는 가물치를 영험한 물고기로 생각하여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가물치가 죄를 지은 사람이 물고기로 변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며
가물치를 먹으면 다음 생애에 사자가 된다고 하여 먹지 않는다.

몸에 좋다면 뭐든지 먹는 한국인의 특징이 여기서도 보이는 것 같다.

가물치가 가격으로만 보면 그렇게 싼 물고기는 아니지만,
가물치 한 마리를 요리했을 때 나오는 것들을 생각하면
사실 그렇게 성능 대비 가격이 비싸지만도 않다고 생각된다.

날씨도 추워졌겠다, 그 동안 제대로 보양식을 섭취하지 못했다면
가물치를 한 마리 사서 푹 고아서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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