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복지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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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들에게>
사랑하는 나의 아들들아!
너희들과 만난지 벌써 1년이 넘었구나. 너희들을 처음 만난 건 10년전이지만 제대로 정 한번 주지 못하고 이방 저방 옮겨 다녀야 했던 현실이 야속하기만 했단다.
갓난 아이로 들어와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너희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아왔는데도 성격을 다 파악하지 못해 지난 1년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지.
화가 나면 물건을 부수고 다른 친구들에게 화를 내던 00, 모든 일상생활이나 운동, 심지어는 밥 먹으로 갈 때 줄을 서는 것까지 1등 해야 만족해 하는 우리 00이, 쉴새없이 말을 하는 00이, 여자아이처럼 잘 삐치는 00, 잠꾸러기 00이, 대통령이 꿈인 우리 00, 늘 피곤해하는 우리 00이, 우리 방에서 키가 가장 큰 우리 00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면서 자신의 일을 성실히 행하는 우리 00이, 정이 많은 우리 00이!
10명의 개성파 아들들이 엄마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지난 1년은 힘들지만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들이야.
너희들을 돌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너희들의 엄마에 대해 물어 보았을 때야. 그 땐 정말 가슴이 아파서 어떤 대답을 해 줘야 할지 무척 난감했단다.
“엄마, 내 엄마는 왜 없어요?”, “나는 어디에서 왔어요?”, "우리 엄마가 왜 나를 안 키우고 이모가 키워요?“ 이런 질문들을 했을 때 ”너희들은 잠시 맡겨진 거야. 엄마·아빠가 너희들을 키울 수 없는 사정이 생겨서 이모나 선생님들이 잠시 돌보는 거야. 너희들이 바르게 잘 자라서 어른이 되면 엄마·아빠를 만날 수 있게 될 거야“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단다. 이런 대답에 너희들은 한 명의 아이도 의심하거나 거짓말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수긍해 주었을 때 엄마는 정말 고마웠단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기뻐하는 너희들의 그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많은 것을 배우고 뉘우치며 너희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선생님들과 힘을 합쳐 너희들의 인권과 권익을 찾아 주어야겠다고 일을 벌였는데 ‘시설폐쇄’라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서 정말 가슴이 아프단다.
이제 막 너희들과 내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부모자식간이 되었는데 이렇게 어이없는 결정으로 헤어질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너희들이 아동시설 체육대회에 다녀와서 “엄마, 큰엄마와 큰아빠 싸웠어요. 큰아빠는 우리를 세달 후에 안 보내고 싶다고 했는데, 큰엄마가 화를 내면서 보낼거라고 하면서 싸우셨어요.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듣고 무서워서 얼른 도망쳤어요”라고 말을 했을 때 엄마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너희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그리고 선생님들이 너희들을 지켜줄 수 있는다 확신 때문에 너희들이 떠날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고 숨겼는데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 너희들이 알게 된 것이 안타까웠어.
“그런일 없어. 너희들은 희망원에서 자립할 때까지 엄마와 오래 살거야. 걱정하지마!”라는 말로 너희들을 안심시켰지만 엄마는 맘속으로 정말 많이 두렵고 걱정이 되었단다.
‘이 아이들이 진짜로 떠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버림받았다는 상처로 자신의 뿌리에 대해 늘 물음표를 안고 사는 이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더 큰 아픔을 주게 되면 안된느데...’ 하는 생각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어.
시간이 지나면서 너희들은 시설폐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엄마와 선생님들이 그것을 막으려고 싸운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벽장에 있는 잠금쇠를 떼어다가 현관문에 달아놓고는 “큰엄마, 큰아빠가 우리 못 보내요. 우리가 못 들어오게 잠가 놓을 거예요”라는 말을 하며 자신들의 거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슬펐단다.
혹시라도 엄마와 선생님들이 추운 날씨에 감기 걸리고 아플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을 하는 우리 멋쟁이 아들들!
너희들을 위해 엄마는 최선을 다할꺼야. 너희들이 희망원을 떠나지 않도록 죽을 힘을 다해 싸울꺼야! 너희들, 엄마믿지? 우리한테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거니까 우리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자. 너희들에게 새해 선물로 좋은 소식을 안겨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단다.
아들들아, 정말로 사랑해.
엄마 정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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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에 이런일이 있었네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1272121085&code=9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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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슈퍼맨님의 댓글
돌아온슈퍼맨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58.♡.124.155) 작성일청주 희망원 얘기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복지사 입니다. 희망원에 다녔던 선생님들 얘기도 들어보고 원장님의 가까운 사람의 얘기도 들어봐도 답은 없더군요. 서로 조금씩 한발 양보하면 될꺼 같은데 그게 쉽지 않은가 봅니다. <BR>사회복지시설의 친인척이 원장이 되고 국장이 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 직원들의 불만이 많을 수 있습니다.<BR>물론 사회복지시설이 아니더라도 회사를 예를 들면 사장의 친인척이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죠! 희망원의 경우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하면 될듯 합니다. <BR>지금은 폐쇄신고를 하고 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요.(답변 시일이 지났지만 아직 유보중임)희망원이 폐쇄 되면 거기서 종사하는 선생님들은 실직을 하게 되고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전원조치 해야 합니다. <BR>어디나 문제는 조금씩 있습니다. 그런 것이 많고 적음의 차이 입니다. 잘 해결되서 모든 사람이 웃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BR>어려운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가진자의 횡포에 숨죽이면서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든분들이 행복했으면 합니다.